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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강남역 부근... 볼일이 있어 길거리를 날렵하게 지나가고 있는데..
무더위 속에서 할머니 한분이 도움을 요청하신다.
발음이 부정확해서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길을 찾고 계시는 것 같았다.

할머니 : 젊은이, 나좀 도와줘. 서울대 입구가 어느 방향이야?
옥토 : 서울대 입구요? 꽤 먼데요...
할머니 : 서울대입구에 사는 아들 집에 가야하는데 지갑을 잃어버렸서 걸어가려고. 방향좀 알려줘.
옥토 :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에요. 아들한테 전화해 보셨어요?
할머니 : 아들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왔는데 지갑에 넣어두는 바람에 같이 없어졌어. 거기다가 지금 돈이 한푼도 없어서 꼼짝도 못하는데 버스비를 얻어보려고 해도 아무도 안주는거야. 그래서 걸어가려고...
옥토 : 아무래도 경찰서에 가시는게 좋겠네요.
할머니 : 경찰서에도 갔었는데 못데려다 준대.

예전에 술먹고 차끊기면 (남자임에도;;) 경찰차타고 몇번 귀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찰서를 권해드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꼬부랑 할머니를 안데려다 준다는 말을 듣고도 별 의심없이 오히려 경찰을 씹었다. 물론 속으로... 습관 참 무섭다.

할머니 : 서울대 입구에만 가면 아들집까지는 길을 알어.
옥토 : 서울대 입구까지는 갈줄 아세요?
할머니 : 몰라-_-;

하는수 없이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 역까지 안내하고 길을 알려드리려고 했지만, 걸음이 여의치 않으셔서 대중교통은 이용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도 너무 더워 땀이 줄줄줄...
그래서 택시비를 드리고 "택시탈 줄 아세요?" 라고 물었다. 맑은 정신이라면 택시를 직접 잡아드렸을텐데 날씨때문에 귀찮았는지 원... 암튼 걱정 말라며 연신 감사를 표하시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멋있게 사라졌다.




한시간 남짓 볼일을 보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가는길에 그 할머니를 또 마주쳤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 중이었다.

할머니 : .... 아들집... 지갑을... 버스비... 아무도 돈을 안줘서... 나좀 도와줘~~~

-_-;;
아무도 돈을 안주다니?? 내가 배춧잎을 드렸는데 이게 뭔...

모든건 다 옥토씨 잘못이었다. 걸음도 못걸으시는 꼬부랑 할머니를 잘 대해드렸어야 하는데 덥다고 훌쩍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기 기억상실증이 있는 할머니로 하여금 이미 돈이 있음을 환기시켜드리지 못하고 땡볕에서 계속 작업하시게끔 한 대죄다.
다음부터 이런일이 있을경우에는 버스까지.. 아니, 아드님과의 무사상봉까지 확실히 책임을 져야겠다고 생각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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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uenlive 2008/07/16 23:2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흠… 옥토님은 너무 착하신 듯~
    제 생각엔 그저 전문 구걸인으로서 활동중이실 뿐인 것 같은데요…

    • Sleepy 2008/07/16 23:57  address  modify / delete

      제 생각엔 그저 전문 구걸인으로서 활동중이실 뿐인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도 전문 구걸인인것 같습니다. -ㅇ-;
      행님 너무 순진하신 듯ㅋㅋㅋ~^^

  2. 가슴뛰는삶 2008/07/17 01:1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 처음 글 보고 딱 든 생각이 전문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순수하지 못한 인간인거 같습니다. 제가..ㅠ ㅠ
    강남역 일대 사람 많은거 참 아시는 전문가인듯..

    • Sleepy 2008/07/17 17:34  address  modify / delete

      저도 그다지 순순한 사람은...(킁!)
      이런일이 처음이라 생각을 못했어요ㅠㅠ 다음에는 똑같은 방법에는 안속을테지만... 앞으로는 마음대로 돕지도 못하것 같아서 좀 씁쓸하네요.

  3. 회색코끼리 2008/07/17 03: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음... 제가 군대에 있을때 잠시 밖에 나왔었는데 (-_-) 장애인분께서 위치가 적힌 종이를 보여주시더군요.
    어떻게 가야하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도와달라 하셔서 저도 서울지리는 잘 모르지만, 용산에서는 엄청 먼 위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지하철 타고가면 한시간 정도 걸릴거 같다고 지하철 에서 어떻게 어떻게 갈아타셔서 가면 되요. 알려드렸는데, 결국에는 돈이 없다고... ㅡ_ㅡ;;
    그래서 저는 2,000원을 드렸죠. 그리고 동기와 함께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맛나게 먹고 나왔는데, 그 장애인 분이 계속 계셨다는... ㅡ_ㅡ;; 다른분과 대화중이셨던....

    • Sleepy 2008/07/17 17:36  address  modify / delete

      저랑 비슷한 경우네요. 맘놓고 도와주기도 힘든 세상입니다.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버스비 준다 생각하고 정류장까지 직접 안내해서 태워줄 생각입니다;;

  4. mepay 2008/07/18 01: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옥토님 너무 머찌고, 요 근래 보기 드문 청년 같슴다. ^^

    • Sleepy 2008/07/18 22:29  address  modify / delete

      헉~ 과찬의 말씀을... 그 할머니를 직접 봤다면 누구라도 도와드렸을 겁니다.
      mepay님이야말로 요근래 보기 드문 청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정말로 대단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