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이후 이동시간을 활용해 책 읽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이번 소감문은 「김삿갓의 지혜」이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재밌는 책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방랑시인 김삿갓(본명 김병연, 1807~1863)의 시를 통해 인생, 처세, 성공, 행복, 인격, 정의, 배움에 관한 지혜를 전하는데 그 내용이 정말 재밌다. 현재 김삿갓의 시는 남아있어도 전기는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편자가 시의 내용을 토대로 있을법한 일을 적당히 상상하여 엮은 책이다. 그 중 일부는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들이고 일부는 이문영씨가 상상한 내용일 것이다. 어쨌든 해학과 지혜와 감동과 교훈이 넘쳐나는 교양 서적 되겠다.
방랑시인이 된 경위에 대해 위키백과에는 홍경래의 난 때 선천 부사로 있던 할아버지 김익순이 항복한 것을 수치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되어있는데 다소 부족한 정보이다. 김삿갓이 나이 스물여섯에 백일장에서 자신의 할아버지인 김익순을 경멸하는 시를 지어 장원을 차지했기 때문에 수치심과 충격, 그리고 조부를 한번 더 죽인 죄책감으로 하늘을 마주볼 수 없다하여 삿갓을 쓰게 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김익순이 자신의 조부라는 사실을 몰랐다.
재밌는 시 몇가지만 소개한다. 더 많은 시를 보시려면 구입을...
달도 희고 산도 희고 온통 하얀 세상이구나.위 시는 시보다 해설이 아주 골때린다.
깊은 산 깊은 날, 이 나그네의 근심도 깊구나.
춥고 지친 어느 겨울날, 천신만고 끝에 버려진 움막을 하나 찾아 몸을 뉘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신이 호랑이를 베고 잠들어 있었던 것. 몸이 굳은 김삿갓은 움막 틈새로 보이는 눈을 보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니 몸이 편해졌고 저절로 입에서 시가 흘러나와 위와 같은 시가 되었단다-_- 아무리 상상이라지만 저 시를 보고 이런 상상을 할 줄이야ㅋㅋㅋ
二十樹下三十客 (이십수하삼십객 :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여러날을 굶은 김삿갓이 거지같은 행색 때문에 부자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했으나 밥 한 술이라도 먹지 않으면 정신을 잃을 것 같아 끈질기게 애원하자 하인이 밥을 한 그릇 줬는데 쉰내가 풀풀 나는 밥이었다. 그거라도 먹지 않으면 안되겠어서 스무나무(느릅나무과) 아래로 가 밥을 먹으며 서럽게 지은 시라고 한다.
四十家中五十食 (사십가중오십식 : 마흔 집안에서 쉰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 (인간기유칠십사 :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不如歸家三十食 (부여귀가삼십식 :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이 시에는 김삿갓의 재치가 담겨있어 재밌다. 저대로 해석하면 아무 뜻도 아니지만 다시 해석해보면,
스무나무 아래 서러운(서른) 나그네가
망할(마흔)놈의 집안에서 쉰밥을 먹네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이런(일흔) 일이 있으랴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선(서른) 밥을 먹으리라
아무리 인심이 한탄스럽고 설움에 북받쳐도 재치를 잃지 않는 위인이다ㅎ
이 시는 숫자의 발음을 이용해 뜻을 절묘하게 내포하고 있는데 김삿갓의 시에는 이처럼 기발한 것들이 많다.
시시비비헷갈리는가? 더 심한 것도 있다.
是是非非非是是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꼭 옳진 않고)
是非非是非非是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해도 옳지 않은 건 아닐세)
是非非是是非非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이 그른 것은 아니고)
是是非非是是非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이 시비일세)
호지화초(胡地花草)호지무화초(胡地無花草)만 네 번 반복한 시다. 호(胡) 자에 오랑캐 말고도 어찌라는 뜻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다.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다지만)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이라고 화초가 없으랴)
胡地無花草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더라도)
胡地無花草 (어찌 땅에 화초가 없겠는가)
시는 여기까지만 소개하지만 이건 정말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해두고 싶다. 특히 귀족이 서민으로부터 배우는 지혜나, 돈 좀 있고 글 좀 읽는다고 교만하며 이기적인 사람을 시 하나로 조져버리는 통쾌함은 비뚤어지기 쉬운 청소년과 국회의원의 올바른 정서함양에 바람직한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하는 바, 옥토씨는 이 책을 대통령 필독서로 임명한다. 아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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割來蔚累野
賣理九理水馬水
역시 한글이 훨씬 좋군요. 胡地無花草, 해석이 저렇게 갈리는데 과연 의사전달이 될까 싶네요. 문장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아듣는 건지.
다음에 기회 되면 중국산 아닌 품질 좋은 삿갓을 구입해 볼라구요. 놀러 갈 때 쓰면 좋을 것 같더라는...
책을 보니 한글로 장난친 시가 상당히 많더군요. 비꼬고 욕하는 시가 많아인지 어떤 것들은 그자리에서 바로 해석하기 어렵더군요. 책에 꾸며진 이야기도 김삿갓이 멀리 도망간 다음에서야 뜻을 알고 분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는 일화가 많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아 제발~~~~저는 저책은 아니지만 김삿갓에 대한 책은 상당히 많이 읽었습니다. 읽을 때 마다 느끼는 것은 해학과 자유입니다.
네, 그래서 시가 더 재밌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문에 약한 편이라 더 읽고 싶어지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한문과 한글을 넘나드는, 한국인이 아니면 이해 불가능한 시들이 특히 재밌더군요^^
예전에 양주동씨가 자기 친구를 놀릴때, 호를 지월공(地月公)이라고 지어주었다고 하더군요.
땅에 드리운 달이라고 아주 좋아했다는데, 사실은 땅달보 라는 뜻이었다고 하데요.
한문속에 나타나는 한글의 해학을 옛 조상들부터 근래의 선조들까지 사용을 잘 했더랬는데
지금은 직접 대고 이야기를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되 보입니다. ㅎㅎㅎ
흐흐.. 역시 양주동씨네요. 이 분도 일화가 참 많던데 들어보면 결론은 천재였다는 걸로 귀결되더군요. 요즘은 아무래도 외계어나 질낮은 말장난들이 유행하다 보니 학생들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우리말 쓰임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더군요. 저부터 반성해야겠습니다;;
꺄하~~~~~~~~
한마디도 못알아듣겠구만,,ㅋㅋ
어쩔수 없는 철없는 망할중딩이 이해를 할 수 있겠습니까
ㅋㅋ포어 딸리고 영어 딸리고 한국어 딸리니 원,,, 휴~
모든건 세월이 해결해 줄겁니다ㅠㅠ
ㅎㅎ
저는 컴퓨터 서적이 아니면 거의 읽지 않는데 다양한 책을 많이 읽으시는 군요.
오늘 Advance Computing Conference 2009에 일찍 출근한 덕분에 "풍속화"라는 책을 받았는데 어쩔수 없이 읽어 봐야 겠네요. 저는 책을 빨리 읽는 편이라 보통 하루, 두꺼운 책은 이틀이면 보는데 이책은 하루면 되겠군요.
참, 그리고 오늘 당구 잘 쳤습니다. 삼성역으로 놀러 오면 연락 주세요.
저도 소설책 아니면 진짜 가뭄에 콩나듯 읽어요. 그 풍속화 재밌겠더군요. 저도 읽찍 올걸 그랬나봅니다. 당구는... 산사랑님이 실력을 숨기시는 바람에^^; 삼성역 근처에서 연락드리면 외면하기 없기에요!